
차표를 늦게 끊으면 벌어지는 일: 새벽 버스를 타게 된다.
친구들이 공항까지 뭐 타고 가냐고 물어봤을때 시외버스 있던데?하고 얼버무렸던 어제의 내 뒷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다. 그때 바로 발권했어야지! 전날 밤에 끊으려고 보니까 당연히 다 매진이지! (남친이 잔소리하는 소리가 벌써 생생하다.)
늦은 밤, 동생까지 동원해서 집에서 먼 터미널까지 샅샅이 찾아서, 겨우 남은 2자리 중에 하나를 구했다. (동생에겐 항상 감사하다. 항상 내 조수이자 비서 노릇을 하느라 고생이 많다.)
새벽 5시 차라서 설레여서인지 자지도 못하고 -사실은 전날 밤에 마신 아포카토 때문 일수도 있다- 선잠에서 깨자마자 택시타고 도착한 서현역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. 나빼고 다들 일행이 있는듯이 보였다. 좀 외로웠다.
(안녕하세여- 하고 반갑게 인사하며 도착하는 젊은이 무리들은 어떤 관계의 사람들일까.) 여기가 맞겠지-하고 마음 졸이고 있던 4시 45분쯤, 창문에 큼직한 글씨로 인천공항이라고 쓰인 버스가 경적을 울리며 힘차게 등장했다. 서현역은 성남 리무진의 마지막 정거장인지라, 버스 안은 이미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.
어디선가 안내원이 나타나서 버스 하부의 짐칸을 열더니,
“제 2 터미널로 가시는 분 먼저 오세요!”라고 외쳤다. 조용히 모인 그들의 짐이 덜커덩 거리며 쌓이는 동안, 누군가가 내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질문을 했다.
“이거 몇시 버스예요?”
“4시 45분차입니다-!”
끄응
나는 5시 차였다. 15분이나 더 기다려야한다.
아쉬움을 뒤로한채 안내원이 짐을 싣는 모습을 구경하는데, 다른 분들의 캐리어들이 정말 어마무시하게 큰 것이 눈에 띄었다.
내가 쇼핑할 땐 저만한 크기의 캐리어는 없었던거 같은데. 대체 어디서 구했을까. 터질듯이 큰 캐리어와 함께 저이들은 어느 나라로 얼마나 가는 것일까.
쓸데없는 감상과 상상에 젖어있는 동안에 짐을 다 실은 안내원이 다시 외쳤다.
“두 자리 남습니다. 지금 타실 분 타세요!”
안내원의 음성을 듣자마자 내 앞에 있던 두 분이 저희요 저희요 하더니 짐을 실었다.
부러웠다. 일찍 일어나는 새가 어쩌구 다 소용없다, 순발력이 제일이다 싶은 순간이었다.
그 순간, 기사님이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고, 안내원이 자그맣게 소리쳤다. 4자리 남는다네요-하고.
뭐야 왜 저렇게 작게 말해?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짐칸으로 슬그머니 다가갔다.
“혹시 그럼 저두 5시차인데 이거 타도 되나요”
“네네, 됩니다!”
예헤
“5시차 몇번 좌석이셨어요~?“
”2번이요~“
”네~“
나도 탄다! 신나서 짐을 맡기고 올라가는데, 내 표는 안내원이 검표하겠다고 말하고선 남은 사람들에게 추가로 묻지도 않고 버스가 출발해버렸다.
이렇게 나만 혼자였다는 거 확인 사살당하고(?),
나는 내 표를 어떻게 검표한다는건지 궁금증을 가득 품고 남아있던 버스 맨 앞자리에 앉은채, 빠르게 성남을 벗어나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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